최초의 대머리 치료제, 미녹시딜
대머리 치료 역사상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인 FDA로부터 치료제로 공인받은 것은 '미녹시딜'이라는 바르는 약이다. 그러나 이 약은 원래부터 대머리 치료제가 아니었다. 탈모와 남성 호르몬과의 관계가 우연한 기회에 밝혀졌던 것처럼, 이 약이 탈모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 또한 우연히 발견된 것이었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였다. 웬만한 치료제로 조절이 안 되는 심한 고혈압을 치료하기 위해 1960년대 말부터 개발된 약이었다. 그런데 이 약을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이상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치 발모제를 바른 것처럼 손등, 볼, 턱, 앞이마 등에 털이 났던 것이다. 이해타산에 빠른 제약회사가 이걸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결국 미녹시딜은 제약회사를 통해 바르는 대머리 치료제로 개발 되었고, 그리하여 FDA로부터 승인받은 최초의 대머리 치료제가 되었던 것이다.
당시 미녹시딜 개발은 거의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대머리가 약으로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에 탈모 환자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상당한 호기심과 기대를 보였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음의 그러한 기대감은 사그라드는 불씨처럼 점차 가라앉게 되었다. 처음에 기대했던 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미녹시딜을 사용하면 왜 털이 나오게 되느냐에 대한 기전은 아직까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미녹시딜을 바른 부위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혈류량을 증가시킨다는 것과 면역 조정 기능이 생기면서 모낭의 표피세포의 증식을 촉진시킨다는 등의 가설이 제시되었을 뿐이다.
어쨌든 이를 종합하여 결론을 말한다면, 이 약이 호르몬에 대해 미치는 영향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녹시딜을 사용하면 어느 정도의 탈모 정지 효과를 느끼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Men's journal)의 1997년 보고에 따르면 사용한 사람들의 10% 정도가 솜털이 나는 걸 경험했다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미욕적으로 의미있는 굵은 모발이 나왔다고 보고된 적은 없다. 즉, 탈모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려면 탈모를 유발하는 남성 호르몬에 영향력을 행사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미녹시딜 자체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바르는 약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남성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려면 상당히 많은 양을 수시로 발라야 하는데 사실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남성형 탈모증'를 치료하는데 바르는 약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어느 종류의 약이든, 약으로 효과를 보려면 사용자들은 상당한 결심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바르는 약은 장기간 사용해야 그 효과가 비로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은 사용하기에 있어서도 그리 용이한 편이 아니다.
미녹시딜에 대한 이런 관점은 비단 필자 만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학잡지에도 똑같이 나와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 생산되는 약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의약잡지 <The Pill Book>에도 이 약에 대한 평가가 나와 있다.
그 책에 따르면, 미녹시딜은 머리가 빠지는 초기단계의 젊은 남성이나 탈모 현상을 보이는 여성에게 사용할 수 있고, 빠지는 부위의 머리가 최소한 5mm 정도의 길이를 보이는 경우에 한해서 비교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경우에도 최소한 4~6개월 이상은 사용해야 하고, 만약 사용을 중단하면 그때까지의 효과가 공염불이 된다고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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